사람

[기자수첩] 우리는 정말 기억하고 있을까

파이낸셜뉴스 재팬 = 백수정 기자

1953년 7월 27일, 유엔군 대표와 인민군, 중공군 대표들은 정전협정서에 서명했다. 7월 27일은 정전협정이 이루어진 날이기도 하지만, 3년 전 같은 날인 1950년 7월 27일은 유엔 창설 이후 처음으로 한반도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유엔군을 파병한 날이기도 하다. 유엔군은 대한민국이 어디에 있는 나라인지도 모른 채, 공산당이 한 민주 국가를 침범했다는 사실만으로 평화를 지켜주기 위해 참전했던 것이다.

사단법인 물망초(이사장 박선영)가 7월 15일부터 19일까지 진행한 ‘2024 물망초 DMZ 통일발걸음’을 취재하기 위해, 남북한 및 전 세계 17개국에서 모인 청년 70여 명과 함께 6.25 전쟁 당시 주요 격전지를 행군했다. 그때 한국어가 유창한 미얀마 유학생 허니민 씨와 인터뷰를 했었다.

허니민 씨는 “발대식에서 미얀마 국기를 가방에 꽂고 선서를 하는데, 미얀마 대표로서 자랑스러웠고 모국을 위해 기도했습니다.” 며, “미얀마는 내전 중이고, 앞으로 미얀마가 민주주의 국가가 되기 위한 여정에서 리더가 되고 싶어요.”라고 포부를 밝혔다. 그리고 ‘통일발걸음’ 참가 소감으로 “미얀마에는 아픈 과거가 있지만, 미얀마 사람들은 금방 잊어버려요. 한국은 이렇게 과거 전쟁에 대해 기억하고 격전지를 방문하고 참배도 하고…”라고 말했다.

우리는 정말로 6.25 전쟁을 기억하고 있을까. 유엔 결정에 뜻을 같이한 16개의 참전국(미국, 영국, 호주, 네덜란드, 캐나다, 뉴질랜드, 프랑스, 필리핀, 튀르키예, 태국, 그리스, 남아프리카공화국, 벨기에, 룩셈부르크, 콜롬비아, 에티오피아)은 알고 있는가. 의료지원국과 물자지원국까지 다 합하면 60개 나라가 한국을 도왔다. 그들의 용기 있는 행동을 우리는 기억하고 있는가.

정부는 2013년부터 7월 27일을 ‘정전협정 및 유엔군 참전의 날’로 기념하고 있다. 6·25전쟁 정전협정의 의미와 중요성을 재조명하고, 국내외 참전유공자의 희생과 공헌을 기리며, 참전국에 대한 감사의 표시와 유대 강화로 한반도 평화통일 기반 조성에 기여하기 위해서다. 기념식은 매년 거행되고 있으나 첫 번째 행사인 정전협정 60주년을 제외한 그 이후의 기념식은 크게 알려지지 않았다. 그나마 작년은 정전협정 70주년으로 윤석열 대통령이 기념식에 참가하여 “73년 전, 자유세계의 수많은 젊은이들이 ‘하나의 유엔 깃발 아래’ 전혀 알지도 못하는 나라, 대한민국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달려왔다.”며, “대한민국은 어려움에 처했을 때 목숨을 걸고 달려와 준 여러분과 우방국들에 대한 고마움을 절대 잊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내일은 정전협정 71주년, 유엔군 파병 74주년 7월 27일이다. 달력에는 아무 날도 아니다. 17개 나라의 청년들이 모여서 4박 5일 동안 유엔기와 모국의 국기를 가방에 꽂고 한반도의 평화통일을 기원하는 한 마음으로, 영연방 참전비와 펀치볼 격전지, 에티오피아 참전비 등을 방문하여 헌화와 참배를 했다. 한국에서의 경험으로 모국으로 돌아가 나라를 이끌어 가겠다는 이 외국 청년들에게, ‘우리는 7월 27일을 기억하고, 당신의 나라에 대한 고마움을 잊지 않겠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겠는가.

미국에서는 매년 대통령이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위해 싸운 참전용사를 기리는 포고문을 발표한다. 북한에서는 그들이 전쟁에서 승리했다고 하여 ‘조국해방전쟁 승리 기념일’로 정해 성대하게 기념행사를 한다.

“Freedom is not free.” 우리의 자유는 참전용사들의 희생이 없었다면 결코 얻을 수 없었을 소중한 가치이다. 7월 27일, 이 날이 공휴일이 아니어도, 정전협정 70주년 기념식 때처럼 크게 방송에 나오지 않더라도, 이 날을 꼭 기억하자.

 

영연방 참전 기념비에 헌화를 하는 세계 청년들. 사진=백수정 기자

 

백수정 기자  sjbaek@fnnews.com

댓글 남기기

Global News에서 더 알아보기

지금 구독하여 계속 읽고 전체 아카이브에 액세스하세요.

계속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