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젊은 여성과 중년 여성의 폐암 진단 비율 증가
흡연 경험 없는 여성들 사이에서 폐암 발병률 높아져
유튜브의 전 CEO이자 구글 초기 멤버였던 고(故) 수잔 워치스키는 세상을 떠나기 몇 주 전, 세상에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남겼다.
“전체적으로 폐암 발병률은 흡연율 감소로 인해 줄어들고 있지만, 흡연 경험이 없는 사람들 사이에서 폐암 발병은 크게 증가하고 있습니다”라고 워치스키는 유튜브 블로그에 적었다. 그녀는 폐암으로 투병하다 56세의 나이로 2024년 8월 세상을 떠났다.
워치스키는 자신의 블로그에서 특히 여성과 비흡연자를 위한 폐암 연구에 더 많은 자원이 투입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블로그는 그녀가 생전에 작성한 것으로, 유가족의 동의 하에 유튜브가 공개했다.
젊은 여성 사이에서 증가하는 폐암 진단
미국에서는 젊은 여성과 중년 여성들이 폐암 진단을 받을 확률이 남성보다 높아지고 있다. 이 중 다수는 흡연 경험이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
흡연이 폐암의 주요 원인으로 알려져 있지만, 흡연 경험이 없는 폐암 환자의 약 3분의 2는 여성으로 추정된다.
36세 간호사 잘렌 문딘(Jhalene Mundin)도 그중 한 사례다. 뉴저지에 거주하는 그녀는 흡연 경험이 없고 다른 건강 문제도 없었지만, 지난해 폐암 4기 진단을 받았다.
“제가 4기라는 말을 들었을 때, 방이 닫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아이들이 아직 어리니 제가 죽을 수 없다고 생각했어요”라고 그녀는 회상했다.
문딘은 지속적인 기침을 감기나 코로나19 후유증으로 생각했으나, 친구의 권유로 흉부 X-ray 검사를 받은 후 폐암 진단을 받았다.
폐암 발병 증가, 비흡연자에서도 두드러져
연구에 따르면, 지난 42년 동안 미국 여성의 폐암 진단률은 84% 증가한 반면, 남성의 폐암 진단률은 36% 감소했다.
“폐암은 비흡연자 사이에서 명백히 증가하고 있습니다”라고 뉴욕 메모리얼 슬론 케터링 암센터의 헬레나 유 박사는 말했다. 그녀는 폐암 발생 원인으로 공기 오염, 석면, 라돈, 유전적 돌연변이 등을 언급하며, 특히 유전자 돌연변이의 증가가 여성 폐암 발병률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유전적 돌연변이와 폐암
폐암과 연관된 유전적 돌연변이 중 하나인 EGFR 돌연변이는 여성 환자에게서 더 흔하게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에 따르면, 여성 종양의 약 59%에서 EGFR 돌연변이가 발견된 반면, 남성은 26%에 불과했다.
38세의 카라(Kara)도 EGFR 돌연변이를 가진 폐암 환자로, 그녀는 암이 팔에서 발견되었지만, 원인은 폐암이었다고 전했다.
“정말 충격적이었고, 전혀 예상하지 못한 소식이었습니다”라고 그녀는 말했다.
현재 그녀는 메모리얼 슬론 케터링 암센터에서 치료를 받으며 마라톤을 뛰는 등 평범한 일상을 이어가고 있다.
폐암 연구와 조기 발견의 중요성
폐암은 조기 발견이 어려운 암으로, 대다수 환자가 말기 단계에서 진단받는다. 그러나 최근 유전자 돌연변이에 초점을 맞춘 표적 치료법이 개발되면서, 환자의 생존율이 개선되고 있다.
국제적으로는 흡연 경험이 없는 고위험군을 선별해 CT 스캔을 통해 폐암을 조기에 발견하려는 노력이 진행 중이다. 대만에서 진행된 TALENT 연구는 비흡연자 약 12,000명을 대상으로 저선량 CT 검사를 실시해 2.5%에서 폐암을 발견했다.
헬레나 유 박사는 “모든 암에서 조기 발견은 생존율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습니다”라며 폐암 조기 진단을 위한 지속적인 연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여성 폐암 연구에 대한 요구 증가
미국에서는 여성과 폐암에 대한 연구를 촉진하기 위한 법안이 발의되었으며, 여성 중심의 폐암 진단, 치료, 예방 서비스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진행 중이다.
폐암은 미국 내 주요 암 사망 원인이지만, 연구 자금 면에서는 상대적으로 소외되어 있다. 2019년 기준, 미국 국립보건원(NIH)의 폐암 예산 중 여성 연구에 투입된 비율은 15%에 불과했다.
문딘은 “더 많은 사람들이 폐암에 대해 알고, 특히 유전자 돌연변이와 같은 고위험군에 대한 조기 검진이 개발되기를 희망합니다”라고 말했다. 그녀는 두 자녀를 위해 폐암 조기 발견과 치료법 발전에 대한 관심이 더욱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출처: CNN]